저는 프로야구 제9구단 유치와 관련하여
시의회 의원님들의 문제제기가 완전 쌩뚱맞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 야구장을 짓는 것처럼,
수천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지자체의 대형사업에 충분한 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님들의 당연한 권한행사 되겠고, 그것이 시의회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상황에 심하게 짜증이 나는 이유는
현재 시의회 등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의제들은 지금 이 시점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정리되고 결론이 났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의 창단을 선언하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야구팬들과 창원시민들은 프로야구 제9구단이 이 곳 창원을 기반으로 창단되는 것으로
당연히 믿고 있으며, 게다가 "세계가 깜짝 놀랄" 최신식 야구장까지 건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KBO는 이를 전제로 새로운 규약까지 통과시켰구요.
그런데 이제 와서 프로야구단 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기존 구장을 리모델링해서 쓸 것인지, 새로운 야구장을 만들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하면,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보다 더 황당하고, 9회말 무사만루 역전찬스에서 삼중살 당하는 것만큼 허탈하지요.
도대체 창원시와 창원시 의회는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습니까?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창원시 집행부에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MLB구장 뺨때리는 야구장을 만드네 어쩌네 온갖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정책결정의 또 다른 주체인 시의회의 설득에는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행부의 독단적인 정책추진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시의회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연초, 엔씨소프트가 9구단 창단주체로서 KBO의 승인을 받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시의회 차원에서나, 의원 개인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한 사례는 눈씻고 살펴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태까지 방관만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동의를 해주니 마니 하는 것은
분명 시정 발목잡기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요.
지난 번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창원에 직접 내려와 창단 기자회견을 할 때,
야구점퍼 이쁘게 차려입고 김택진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장본인은 바로 시의회 의장이었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그 때 시의회의 간판이 저러고 다니는 거부터 말렸어야죠. 아무리 창원시 의회 내부의
세력관계가 복잡하다 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창원시 의회 반성부터 하시구요.
지금부터라도 쟁점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노라 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그렇지만 속도를 좀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집행부와 쓸데없는 기싸움 같은 거 하지 마시구요.
창원시민으로 딱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논의를 하더라도 제발 좀 진지한 자세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시는 김동수 의원인가 하시는 분,
의사록을 찾아보니 이런 말씀을 하시던데,
"엔씨소프트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 어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임 만드는 게임을 연구하고 판매하는
그런 업체입니다. 게임하는 것 보면 전부 못하도록 말리는게 우리 어른들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업을 하는 엔씨소프트가 왜 야구장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정말 순수한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서 사회 공헌하는 것이 야구단 창단하는 것밖에 없었을까?
왜 수익이 나지 않는데 기업이라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많은 기업의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야구단을 할 때는 뭔가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
생각입니다."
이런 수준 드러나는 이야기는 제발 동네 포장마차에서나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들을까 무섭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가지고 논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에서 엔씨소프트 본사를 창원으로 이전하라는 정말 한국야구사와
진보정당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개드립을 날리셨는데요,
과거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시민으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역주의 정당에서나 할 법한 소리죠.
노동자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역설!ㅋ
도대체 민노당 활동가들 요새 뭔 생각으로 사는건지...
현재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모기업이 일종의 사회환원사업으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에서 본사 이전 운운하는 것은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도 안드로메다로 벗어난 요구입니다.
이런 식의 되도 안한 참신한 발상은 제발 자제 부탁드립니다.
프로야구단 유치, 경제적 효과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적게 잡아도 연 1000억의 효과 있는 것으로 압니다.
3000억 투자해서 새야구장 짓고, 연 1000억씩 경제효과 나면 대박 남는 장사 아닌가요?
새 야구장 20년만 쓴다해도 얼마 남는 장사입니까?
더 중요한 건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화폐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효과입니다.
시민들이 야구를 통해 좀 더 즐거울 수 있고,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면,
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더 많은 연대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보스턴과 시카고, 오사카가 그러한 것처럼, 또 우리가 잘 아는 부산이 그러한 것처럼
이 도시가 야구와 관련된 좋은 추억과 이야깃거리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면, 그래서 이 도시의
문화적 자원이 좀 더 풍요로워 진다면,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아무쪼록 시의원님들 숙고하시고,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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