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km 날아 한국 온 입양아..."친부 원망 안 해 핏줄 찾고파 전홍표 2023-05-11 99 |
1964년 태어나자마자 진해보육원으로 지난해 양부 사망 후 친부모 찾아 나서 아들 조슈아 군, 서류 수집 등 적극 지원 22일까지 한국서 친가족 찾기 이어가 "그저 저에게 삶을 준 것에 대해 감사" ‘아동 번호 및 이름 : #154 차일숙, 이름의 뜻 : 정숙하다, 친부모 불명, 진해시 사회과에서 인수.’ 색이 누렇게 바랜 진해보육원 아동조서에 담긴 차일숙 씨에 관한 기록이다. 조서 오른쪽 위에는 뾰로통한 표정의 어린 차일숙 양 사진이 붙어 있다. 차일숙 씨는 지난 9일 60년도 더 된 이 아동조서를 가지고 아들 조슈아(15) 군과 한국을 찾았다. 스위스에서 한국까지 거리는 9000㎞가 넘는다. 차일숙 씨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헤어진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다. 17일 오전 10시 창원시 진해구 중앙시장 인근에서 차일숙 씨와 아들 죠수아(15) 군을 함께 만났다. 차일숙 씨는 이름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와 어눌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이날 차일숙 씨와 조슈아 군은 미리 준비한 전단을 중앙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전홍표 창원시의원이 동행했다. 차일숙 씨는 전단을 나눠주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어색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앙시장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서야 그와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차일숙 씨는 1964년 11월 26일 경찰관에게 발견됐다. 이후 진해보육원(현 진해재활원)에서 지내다 5살 때인 1968년 6월 25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스위스로 입양됐다. 차일숙이라는 이름은 보육원에서 지내던 1967년, 그의 앞으로 온 소포에 적혀 있었다. 소포에는 차일숙 이름 석 자와 함께 하얀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입양 전 차일숙 씨와 관련된 정보다. 그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헤어졌는지, 정확한 출생지가 어디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차일숙 씨는 가정부가 있는 풍족한 집안에 입양됐다. 의사인 양아버지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현재 음악 교사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또래 아이들과 자기 얼굴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때 양부모님도 그가 상처받지 않도록 입양 사실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입양 후 1년 정도 뒤에 내가 왜 오빠, 동생들과 달라 보이는지를 물어봤다. 양부모님은 내가 입양됐다는 것을 말해주며 자신들도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에게 숨김없이 말해줬고 덕분에 큰 혼란은 겪지 않았다.” 차일숙 씨가 친부모를 찾게 된 계기는 지난해 양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다. 그가 19살 때 양부모가 이혼하며 이후로는 양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만큼 그에게 양아버지의 존재는 컸다. 그를 지탱해주던 존재가 사라지며 한 번도 품지 않았던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양아버지는 늘 열심히 일하시던 분이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항상 친절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해준 아버지였다. 그런 양아버지가 세상에 없다 보니 내 존재를 설명해줄 사람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상 친아버지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남아 있는 자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아들 조슈아 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슈아 군은 입양 관련 서류부터 차일숙 씨에 관한 기록을 차곡차곡 모았다. “아들은 지난해 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 우리 가족이 아무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할 때 마음이 아팠다. 또 엄마가 입양됐다는 것을 알다 보니 친가족이라도 찾아보자고 하더라. 무엇보다 아들이 관련 자료를 모아준 덕분에 한국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입양됐는지 그 자료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입양 서류 외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어린 차일숙 씨에게 심장 질환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진료기록 카드를 보면 선천적 심장 질환이 있어 검진이 필요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가 추측하기를 선천적으로 심장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를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직접 병을 치료해주기에는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있고 건강한 상태다.” 차일숙 씨는 친아버지를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친아버지를 만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아버지에게 과거에 일어난 일은 중요하지 않으니 미래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저 저에게 삶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차일숙 씨는 오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친부모님을 찾는 게 먼저지만, 나와 관련된 친척들도 찾고 싶다. 스위스에 돌아가더라도 꾸준히 검색하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르면 내년 가을에 다시 한국에 와서 친가족 찾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모국이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한국을 방문하려고 한다.” /박신 기자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27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