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 주택, 장소성 생명" 전문가 한목소리 전홍표 2020-07-09 392 |
서울시 건물 보존 사업 본보기…시민 펀드 조성 제안도 나와 "단순한 청소로 훼손되기도…행정-전문가 함께 관리해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지하련 주택 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순서상 뒷부분이었던 조합 측이 조건부로 '원형 보존' 의사를 밝히는 등 토론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마산YMCA가 23일 오후 3시 창원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연 토론회는 허정도 건축사가 발제를, 김주용 창원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 남기철 상남산호지구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신삼호 건축사 등이 토론을 했다. 허정도 건축사는 "지하련(본명 이숙희·1912~1960)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문학가인 임화와 1936년 7월 결혼한 뒤 추산동과 남성동, 상남동에 살았었다"며 "두 사람은 임화의 결핵 치료를 위해 마산에 살다가 1938년 서울로 떠났다. 이후 지하련이 결핵에 걸려 혼자 마산에 내려왔는데, 그때 지하련이 살던 주택이 지금의 산호동 주택이었다"라고 말했다. 허 건축사는 "지하련 주택은 1920~1930년대에 유행했던 소위 문화주택이었다. 식당과 욕실, 화장실을 내부에 두고 거실을 실내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배치한 현대식 구조였다"라며 "지하련은 오라비의 집이던 이곳에서 소설 8편 중 4편을 썼다. 당시 산호동은 그녀의 문학 원천을 이끌어준 곳"이라고 말했다. 김주용 창원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은 문화재의 생명은 '장소성'이라고 강조하며 근대문화유산을 원위치에서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서울시가 재개발사업지 101곳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역사유산(흔적) 남기기'를 예로, 행정당국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으로 대규모 철거 정비사업을 하더라도 '장소'가 기억될 수 있도록, 의미있는 건물을 보존하며 아파트를 짓거나 근·현대건축자산, 골목길, 담장까지도 심층 조사를 통해 보존한다. 김 실장은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는 장소성이 생명"이라며 "문화와 역사의 도시를 표방하는 창원시도 제도의 정비를 통해 창원시의 실정에 맞는 창원시만의 문화재 보존 방향을 정립하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지하련 주택 보존·관리와 관련해 반드시 당부할 것이 있다. 단순한 청소도 훼손이 될 수 있다. 전문가와 함께 관리해야 원형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과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방법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제시했다. 지역 시민이 펀드를 조성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자산을 사들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부가 다시 사들여 보존하는 방식이다. 전 의원은 "지역의 중요한 근대문화유산을 실제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근대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한 지자체의 우선적인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자발적인 민간 차원의 실질적인 움직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대문화유산 보존을 두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시민단체와 지역민 간 갈등이 발생한 사례는 많았다. 창원에서는 삼광청주, 쌍용시멘트 사일로, 벧엘교회 등이 개발 논리 등에 부딪혀 끝내 지켜지지 못하고 철거됐다. 근대건축물 자체가 개인 소유물인 경우가 많아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도 보존되지 못한 사례도 상당했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